내게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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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봄처럼 와서
가을처럼 머물다
겨울처럼 조용히 떠난 사람

그녀의 목소리는
햇살 같았고
그녀의 눈빛은
저녁놀처럼 마음을 물들였습니다

하루의 끝,
그녀와 나눈 차 한 잔이
세상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고

어느 날 불현듯,
그녀가 "잘 지내요"
말하던 순간부터
시간은 멈춘 듯 흐르기 시작했죠

그녀의 자리는
지금도 비워둔 채
나는 계절 속을
서성입니다

편지를 써도,
전화를 걸어도
닿지 않을 곳에 있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바람이 불면
그녀의 향기가 스치듯
내 마음 한켠이 저려옵니다

내게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지웠지만
마음은 아직
그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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