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목적지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음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거리,
바람이 살며시 얼굴을 스치는 그 순간,
내 안에 묵혀둔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풀려나는 듯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은 새로웠고,
모든 소리는 낯설지만 반가웠습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줄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모래 위를 밟는 발걸음 소리까지도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숨이 차오르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의 삶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무작정 나선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만났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나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음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이 길 위에서의 모든 순간이
나의 이야기로, 나의 삶으로
조용히 쌓여가고 있습니다.

무작정 나선 길,
그 길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Ludovico Einaudi - Diven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