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아, 아빠가 너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구나...



아빠는 알고 있었을까.
네가 조용히 문을 닫고 방 안으로 사라질 때,
그 눈빛에 담긴 상처를.
아빠의 말 한 마디가
너의 마음을 얼마나 무겁게 만들었는지를.

아빠는 늘 옳다고 믿었어.
이 세상에서 너를 지켜야 하니까.
남들보다 더 강하게, 더 똑바로 서야 한다고
그래야 너를 향한 세상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으니까.

그래서 몰랐단다, 준영아.
너의 작은 숨소리에도 슬픔이 묻어나고,
너의 어깨가 말없이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아빠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빠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달라고 강요했던 거야.
너의 마음은 묻지 않은 채,
내 기준의 옳음을 네 삶에 들이밀었어.
그게 사랑인 줄로만 알았던 아빠는,
너를 이해하기보단 이기려 했던 걸지도 몰라.

준영아,
혹시 오늘도 혼자 눈물 삼켰니?
혹시 또, 아빠가 한 말에 마음을 다쳐
작은 마음속에 벽 하나를 더 쌓았니?

아빠는 그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말로 상처를 주는 일,
말없이 외면하는 일,
그리고 너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일…
그 모든 것들이,
네게 얼마나 무겁고 고된 시간이었을까.

준영아,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아빠가 틀릴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너대로 살아도 괜찮아.”

모든 아이가 다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제는 진심으로 알 것 같아.
네가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도 괜찮은 세상,
그 세상 안에 아빠가 있기를 바란다.

네가 원하는 꿈이 무엇이든,
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아빠는 이제부터
조용히 네 곁에서 들어줄게.
판단하지 않고, 몰아붙이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려고 해.

혹시 아직은 아빠가 미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괜찮아,
그 미움도 사랑의 한 조각이라는 걸 아빠는 믿어.
시간이 흘러
언젠가 네가 고개를 돌려
아빠를 한 번 더 바라봐 준다면,
그때는 꼭 말하고 싶어.

“준영아,
너는 그 모습 그대로 참 소중한 아이야.”
“그리고 아빠는, 그런 너를…
아주 많이, 끝없이 사랑해.”

준영아,
오늘은 미안하다고 말하게 해줄래?
그리고 내일은,
널 더 사랑할 수 있는 하루가 되게 해줄래?




Chopin - Spring Waltz (Mariage d'Am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