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서 있었습니다...... > 길 위에서

언덕 위에 서 있었습니다.


언덕 위에 서 있었습니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고,
멀리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던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자주 걷던 길이었고,
말없이 앉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벤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그날의 하늘, 그날의 공기,
그리고 당신의 눈빛은 아직도 제 마음 깊이 살아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말이 없었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어쩌면 그 언덕의 바람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가끔 그 언덕에 오릅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노을빛이 퍼지면
그리움은 어김없이 내 마음에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웃음소리,
당신이 손끝으로 가리키던 저 먼 하늘,
그리고 나지막한 속삭임이
아직도 제 귓가를 맴돕니다.

그 언덕은…
추억을 묻고,
그리움을 꺼내는 장소가 되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가끔 그 언덕을 떠올리시나요?
우리의 마지막 계절이
조용히 잠들어 있는 그곳을요.





Chopin - Nocturne op.9 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