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 길 위에서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난 그날처럼,
하늘도 조용히 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다,
또 이렇게…
당신 생각이 났습니다.

무심히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자꾸만 당신을 닮아 보여서
눈을 감아도,
고개를 돌려도,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날도 비가 왔었지요.
우산을 하나 들고,
나는 당신을 배웅했습니다.
말없이 서 있는 나를 향해
당신은 마지막 미소를 지었고,
그 웃음은 참 따뜻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참 슬펐습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빛이 조금씩 식어가고,
손끝이 점점 멀어져 가던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서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나는…
그 모든 징후를 외면한 채
그저 당신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안심시켰던 거겠지요.

비가 내리는 오늘,
그때의 우리를 떠올립니다.
조그만 우산 속에서 마주 웃던 얼굴,
빗속을 함께 걷던 발자국,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눴던 사랑의 말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이 빗소리 속에서 아프게 울려 퍼집니다.

괜찮다고…
잘 지내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뇌어보지만,
당신 없는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훨씬 더 길고,
훨씬 더… 외롭습니다.

당신은 이제,
어디쯤에서 이 빗소리를 듣고 있을까요.
누군가의 품 안에서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잠시 나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까요.

나는 아직 그 자리입니다.
당신이 웃으며 떠난 그곳에
혼자 남아,
이 빗소리를 들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그립다 말할 수 없어
그저 조용히 창밖을 바라봅니다.

비는 내리고,
나는 멈춰 있습니다.

당신이 없는 이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지금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눈물이 섞인 듯한 이 비가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잠시라도…
그리운 마음 하나쯤,
전해질 수 있을까요.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ALLURA - Chris Spheeris